경민/12013. 10. 26. 23:27

<고급영화 팬이 되는 열 가지 수칙> 

『별건곤』제 29호, 1930.6 

1.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신문이나 잡지에서 시사실에서 란 간단한 비평 비슷한 것이 실리는데 이를 먼저 통독해야 함 
2.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변소에 다녀올 것 통로를 건너거나 할 때 침착할 것
3. 사진이 시작되기 전에 프로그램이나 위크리에 쓰인 푸로트를 읽는 것은 아름답지 못한 일 그런 것을 읽지 않고 영화 스토리를 모르는 것은 영화팬으로서 적지 않은 문제임 끝난 뒤에 라스트 씬을 보지 않고 일어나는 것은 영화팬으로서 용서치 못할 일 
4. 휴식시간에는 구락을 봐도 좋고 안봐도 좋지만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주의할 일 고급영화팬은 그리 헐하게 감격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정말 우스워 못 보겠네 이건 지독헌데 등의 능청스러움을 가져야 함 
5. 영사 중에 갑자기 필름이 끊어지면 크리스트와 같은 얼굴을 하고 묵묵히 앉아있어야 함. 정전 되었을 때에도 자리에 앉아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척 해야함 그러다 눈을 감고 그대로 잠들어 버리면 곤란함 
6. 해설자가 쓸 데 없는 것을 늘어놓거나 자막 같은 것을 오역했을 때에는 아주 무서운 얼굴로 나서서 해설자를 노려보아야 함 정의의 열혈이 끓어오르는 지사와 같은 느낌을 갖게되어 마음이 쾌해짐 
7. 영화를 본 후 비평할 때 스토리 시나리오 배우 등에 대한 판에 박은 듯한 비평을 한다면 고급 영화팬이 될 수 없음 경구를 토해 한마디로 그 영화를 차던져야 함 
8. 이름 있는 영화를 다 보지 않더라도 고급 영화팬이 될 수 있음 그 대신 신문 잡지에 실리는 영화비평을 정독해두었다가 사람들이 왜 안보냐고 물으면 결국 하잘 것 없는 스토리에 좌우된 영화였었지 뭐야 하고 한마디로 격퇴해버리면 그만 
9. 복색은 너무 화려해서는 곤란 자칫 부랑자나 모뽀로 잘못 보이기 쉽기 때문 고급 영화팬은 촬영소인종 비평가 부류 등과 혼동되는 것을 세심한 주의를 가지고 피해야 함
10. 유행 영화인 토 키에 대한 것인데 고급 영화팬들은 그것이 사운드 픽취이면 상관이 없지만 불행히도 토킹 픽취일 때는 근신을 해야한다 동반자의 질문에 응하지 못하야 천추에 회한으로 남길 염려가 없지 않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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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쏙독_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