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12013. 11. 18. 17:59

문강형준, <파국의 지형학>서문

2.
우리 시대는 '파국'을 기피하는 시대다. 우리는 생산력이 모든 결핍을 채우고, 과학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자본주의가 모든 이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는 어떤 도저한 믿음 속에서 살아간다. 간지를 발휘하며 선드르이 시험과 괴물들의 손아귀를 피해 페넬로페의 품으로 돌아간 오디세우스처럼, 이 시대는 기존의 생산력과 과학기술과 시스템을 물신화함으로써 다린 모든 균열을 덮고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는 가장 실제적인 파국의 가능성에 직면한 시대다. 도처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쓰나미가 몰려오고, 봉기가 발생하고, 경제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부자들이 하늘에 닿은 바벨탑 위로 올라가는 반면 빈민들은 점점 지하로 내려가고, 그 중간에 있었던 이들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 어떤 재난도 극복하는 국가, 그 어떤 우기도 이겨내는 시장의 힘을 맹신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높아가는 허무와 불안과 분노 속에서 그저 하루 하루 견뎌내는 전쟁 같은 삶ㅇ르 산다. 체제가 유토피아를 설파하는 동안 인민은 디스토피아를 예감하는 균열이 있고, 문화는 파국에 관한 상상력으로 그 균열을 채운다.
(...)
파국의 상상은

'경민 >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급 영화 팬이 되는 비결 십칙  (0) 2013.10.26
영화비평세미나 발제  (0) 2013.10.26
10/22 시작  (8) 2013.10.22
Posted by 쏙독_새